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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의 경북유학(儒學)스토리

- 구암 이수인선생의 여름날 단상(斷想)
미디어인경북 기자 / hawk1255@naver.co.kr입력 : 2019년 08월 29일
【경주=미디어인경북】 오상욱 한문학 박사 = 무더운 여름의 열기가 물러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즈음에 《미디어인경북》연재마당에 [경북의 유학스토리]를 연재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평생 한문학을 바탕으로 살아온 필자는 경북에 산재한 조선의 인물과 그들이 이룩한 서원·사당·정자·재실 원사정재(院祠亭齋) 등을 통해 역사와 문화 그리고 내재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글로 드러낼 예정이다.
  ▲경북고전번역연구원 오상욱 원장

★부산대 한문학과 강사
★동양고전연구회 책임연구원
★부산고전연구회 회장
★경북고전번역연구원 원장

오상욱의 경북유학스토리 - 구암 이수인선생의 여름날 단상(斷想)

夏日偶吟(하일우음) 여름날에

炎夏虛堂午睡回(염하허당오수회) 찌는 듯한 여름날 빈방에서 낮잠 드니

淸?陣陣四邊來(청류진진사변래) 간간이 시원한 바람 사방에서 불어오네

箇中老子都無事(개중노자도무사) 그 가운데 늙은이 도무지 할 일 없어

臥看紅花日日開(와간홍화일일개) 그저 나날이 핀 붉은 꽃을 바라볼 뿐

*堂前有百日紅 방 앞에는 백일홍이 피어있다. 『懼庵集』卷1.詩

경주 안강출신의 구암(懼庵) 이수인(李樹仁,1739~1822)은 한여름날 찜통 같은 더위와 무료함에 문득 위와 같이 시상(詩想)을 읊조렸다.

1구에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여름날에 대낮부터 낮잠을 청하고, 2구에서 드문드문 방 안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한다.

3구에서 ‘都無事(도무지 할 일이 없다)’를 통해 더위 때문에 늙은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음을 드러내고, 4구에서 낮잠에서 깨어 그저 방 앞에 핀 백일홍만 바라본다며 시골 선비의 보통 일상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다.

구암선생은 부친 학반재(學半齋) 이위현(李渭賢)·작은할아버지 이약초(李若初) 등에게 학문을 배웠고, 경학을 통해 실천적 삶을 추구하며 벼슬을 멀리한 산림처사문인이다.

가난하였지만 뜻은 높았고, 독서를 좋아해 장서(藏書)를 이루었으며, 42세의 늦은 나이에 과거에 응시해 성균관에 들어갔지만, 시류에 의한 영남선비의 정계진출 어려움과 현실의 벽 등에 부딪혀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가난을 벗 삼아 학문을 궁구하였다.

이렇듯 학문과 농업이 중심인 시골의 선비가 뜨거운 여름태양 아래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저 작가는 아무런 할 일이 없이 낮잠을 청하고, 깨어나면 방 앞에 심어진 백일홍이 태양 아래 붉게 빛나는 자연의 도를 감상할 따름이다.

백일홍은 봄·여름·가을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는 수종으로, 자미화(紫微花:紫微花)·배롱나무라 부르며, 도가의 신선사상을 대변하기에 예로부터 조경수로 많이 심었다.

구암선생은 산림에 은거하며 화초를 가꾸고 처사의 삶을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도를 갈구하였고, 세파의 험난함에 자신도 백일홍의 붉음처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지조와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신념을 함축하였다.

벌써 2019년 여름의 절정인 소서(小暑)·대서(大暑)가 지나고 처서(處暑)가 코 앞이다.

아무리 더워도 자연의 순환하는 도처럼 무더위도 언젠가는 물러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을 맞이할 것이다.

구암선생 역시 잠시 뜨거운 열기 앞에 낮잠이라는 고책으로 응수하였으니, 역시 자연의 도를 잘 이해하고 있었음을 짐작케한다. 무더운 여름날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가끔은 번잡한 일을 잠시 내려두고 낮잠과 사색을 통해 자연의 모습에 동화된 자아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보지 않으시겠습니까?

- 경북고전번역연구원 오상욱(osu8950@hanmail.net)

hawk1255@naver.com
미디어인경북 기자 / hawk1255@naver.co.kr입력 : 2019년 0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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